어렸을 적 춘천이라는 곳은 먼 곳이기도 하고 아주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번화가라고 하는 곳에는 늘 녹색과 빨간색의 네온사인으로 번화가에 색깔을 더해주는 춘천집 닭갈비. 어쩌면 지금의 '춘천=닭갈비'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일지도 모른다. 그 시절 닭갈비는 커다란 무쇠 팬에 빨간 양념의 닭갈비를 넣고 뚜껑을 덮고 기다리다 보면 아주머니가 와서 골고루 잘 익도록 한 번씩 섞어주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고 나면 고기, 떡, 고구마 같은 것들 중 어느 것을 먹어도 되는지 허락(?)이 떨어진 뒤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영원할 줄 알았던 번화가의 춘천집 닭갈비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나도 잊고 있던 춘천 닭갈비를 오랜만에 춘천에서 먹게 되었다.
장호더그릴
주소 :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82
전화 : 033-243-9293
영업시간 : 10:00 ~ 22:00
제목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메뉴에서 닭갈비의 맛이 빨간 양념 외에도 다른 것들이 있다. 평소의 성격대로라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레몬간장 숯불구이를 먹어보겠지만 닭갈비만큼은 빨간 양념을 먹고 싶었다.
사진에 있는 양은 2인분의 양인데, 철판구이와 다르게 숯불구이는 야채와 사리들이 없기 때문인지 양이 더 적게 느껴진다. 남자라면 혼자 양으로 2인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숯불구이가 조금 더 비싸지만 숯불이 주는 은은한 향과 겉이 양념과 함께 바싹 익으면서 응축되는 맛이 매력인 것 같다. 또 양송이버섯이 함께 나오는 데, 양이 많지는 않아도 고기가 질리지 않게 해 줍니다.
갔을 때 식사 시간을 조금 피해서 가서였는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종업원 분들이 고기를 구워서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주셨습니다.
닭갈비의 마무리는 뭐라고 해도 닭갈비를 살짝 남겨서 밥과 함께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지만, 숯불구이를 선택한 순간 포기했었습니다. 그런 수요를 알아서일까요 단품 메뉴로 볶음밥을 팔고 있어서 함께 시켰습니다. 작은 무쇠 팬에 닭갈비와 함께 밥이 볶아져서 날치알과 날달걀이 올라가서 나옵니다. 그래서 뜨거울 때 얼른 비벼서 누룽지가 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닭갈비를 구워 먹으면서 볶음밥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불 조절과 고기양을 조절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포기했던 걸 먹으니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매장에서는 선물하기 좋게 포장을 해서 팔고 있습니다. 하마터면 집에 사서 갈 뻔했습니다. 식당에 주차장이 꽤 넉넉하게 있기 때문에 너무 붐비는 시간만 아니라면 크게 스트레스 안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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